'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에게 1세트 패배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리드를 선점하고 역전패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8위·인도네시아)은 패배를 인정하고 그의 선전을 빌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툰중을 만나 2-1(11-21, 21-13, 21-16)로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말 그대로 안세영의 클래스가 나온 경기였다. 이날 안세영은 1세트를 11-21로 패했다. 특유의 파워풀한 공격은 뒤로 빗나갔고, 장기인 운동량도 보기 어려웠다. 번번이 툰중의 공격을 쫓지 못하고 주춤대다 실점을 이어갔다.

하지만 2세트 이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공격적으로 툰중을 몰아 붙였고, 3세트까지도 흐름을 압도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지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밀어 붙이는 안세영의 플레이에 툰중은 지쳐 따라도 가지 못했다.


안세영 '해냈다'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상대로 승리, 결승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8.4 [email protected]/2024-08-04 16:46:04/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경기 후 툰중은 패배를 인정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난 툰중은 "대회를 준비한 방식은 좋았지만, 오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첫 게임을 이기면서 경기에서 승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패배를 돌아봤다.

툰중은 2게임에서 안정을 찾은 안세영과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봤다. 툰중은 "2세트에서 안세영은 훨씬 더 편안해졌는데 난 안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2세트에서는 안세영이 원하는 대로 샷을 수행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복기했다.

패배의 아쉬움이 '원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안세영과 툰중은 경기를 마친 후 포옹과 어깨동무를 하며 우정을 나눴다. 엄지를 들며 최선의 경기를 했다는 것을 표현했다.


안세영, 결승 진출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상대로 승리, 결승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8.4 [email protected]/2024-08-04 16:38:40/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역시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툰중이 인도네시아 선수로 혼자 남아서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지는 마음을 아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 했다. 오랜 시간 주니어 때부터 자웅을 겨뤄왔기에 쌓인 친분도 두텁다. 안세영은 "인도네시아에 가면 툰중이 밥도 사줄 정도로 친하다. 주니어 때부터 봐 온 선수다. 나보단 언니지만, 무척 정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툰중도 안세영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는 "안세영은 훌륭한 선수다. 경기를 매우 잘해내고 있다"며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결승에서 활약을 기원했다.

툰중은 "오늘의 패배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초 툰중이 이날 경기 종료 후 4강 반대 블록에서 패배한 선수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이 허빙자오(중국)와 준결승전 도중 부상으로 기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허빙자오는 자동으로 결승에 진출했고, 마린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지 못하면서 툰중의 동메달 수상도 사실상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