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에서 만난 천적, 또 설욕 실패…이준환 '뜨거웠던 눈물' [2024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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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설욕의 기회였다.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만나 패배했던 상대를 이번엔 올림픽 준결승에서 또 만났다. 단 한 번의 승리로 지난 두 번의 패배와 천적 관계를 털어낼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81㎏급 준결승전. 이준환(22·용인대)에게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전은 절대 양보하고 싶지 않은 경기였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올림픽 금메달만을 목표로 훈련했다”고 할 정도로 뚜렷했던 목표를 위해선 결국 천적을 잡아야 했다. 이준환도 “그리갈라쉬빌리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번을 만났는데 두 번 다 졌다. 그래서 더 많이 대비하고 연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천적 관계는 무서웠다. 이준환은 또 한 번 결승 무대를 눈앞에 두고 그리갈라쉬빌리에게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간(4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연장전 승부 끝에 안오금띄기 절반패를 당했다. 유리하게 경기를 치르는 것 같았지만, 이준환의 등을 잡고 다리걸기를 시도하다가 왼쪽 뒤쪽으로 넘겨버린 상대의 공격 한 방에 절반이 선언돼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도 꼽혔기에 준결승에서 당한 패배는 더욱 쓰라렸다. 이준환은 “많이 대비하고 연구한 게 생각한 대로 다 됐었던 것 같았는데, 제 수가 전략적인 부분에서 부족했었던 것 같다”고 돌아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환, '랭킹1위' 꺾고 동메달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캐세에게 승리를 거두고 돌아서고 있다. 2024.7.31 hama@yna.co.kr/2024-07-31 00:49:52/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목표였던 금메달 도전에는 실패했다. 대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마티아스 카스(벨기에)에게 절반승을 거두고 시상대에 올랐다. 카스는 세계랭킹 1위, 앞서 이준환이 패배를 당한 그리갈라쉬빌리는 2위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진하게 남았다. 이준환은 동메달 확정 직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열에 가까울 정도의 눈물의 의미는 동메달에 대한 기쁨이 아닌 천적을 넘지 못해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이었다.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평생 열심히 훈련했다. 이날만을 위해 준비했는데, 그동안 선수촌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 등 열심히 훈련했던 과정들이 떠올라서 되게 울컥했던 것 같다”며 “금메달을 목표로 항상 살아왔기 때문에 (동메달 확정 직후에도) 기쁜 생각은 안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도 이번의 경험, 특히 천적을 또 넘지 못한 아픔은 이준환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본 것 역시 주저앉지 않고 최정상을 향해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준환은 “4년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해서 동메달에 그친 것 같다.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LA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이준환,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배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준결승에서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7.30 hama@yna.co.kr/2024-07-30 23:40:58/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